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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회학연구] 해석학에 대하여 - 언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마법 / 제2외국어 공부의 중요성 본문
이번 글에서는 교육심리학연구 수업 내용 중에서 해석학에 대해 배우면서 생각한 점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런데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잠시 나에 대한 tmi 를 방출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언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과장을 아주 살짝 보탠다면 언어를 사랑한다는 표현도 가능할 것 같다.
언어를 왜 좋아하게 됐는가라는 물음을 던져보면, 글쎄..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영향일 수도 있겠다.
라떼는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놀거리가 많이 없어서 책이 굉장한 오락거리였기 때문에 다른 놀거리 option이 없던 탓도 있겠지만, 스스로 돌이켜봐도 책을 너무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은 5번이고 10번이고 또 읽고 또 읽고 하면서 대사나 책 속 인물들의 이름 등을 달달 외우기도 했다.
오죽하면 흔들리는 어두운 차 안에서 책을 읽는 버릇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시력이 많이 나빠져서 두꺼운 안경을 쓰기 시작하게 됐기도 하고 말이다. (지금은 라식을 해서 아주 잘 보인다👍🏻)
책이라는 매체를 떠나서 생각해보면 처음 언어학을 제대로 접했던 건 아마 중학생 시절 생활국어를 배울 때였을 것이다. 갖가지 국어 문법과 규칙들을 익히면서 너무 재미있었고, 다른 아이들보다 이런 문제들을 유난히 잘 풀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그 모든 것들이 언어학에서 다루는 기본적인 내용들이더라.
결정적으로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를 bilingual처럼 구사하면서 자연스레 가질 수 있었던 두 언어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 등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에 따라 올라가는 흥미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였다.
그렇게 언어를 좋아했던 나는 커서 학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교육학 석사를 (영어 교과 위주로) 진행하면서 언어학 박사 학위에 대한 꿈을 잠시나마 꾸기도 했다. 사실 이 부분은 데이터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와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자세히 이야기하자니 너무 길어질 것이 틀림없어서 나의 스토리는 추후에 차차 시리즈물로 연재(?)를 해봐야겠다.
서론이 길었는데 아무튼 이렇게 언어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오늘 다룰 내용인 '언어에 따른 인간의 인식과 해석' 에 대해 수업 시간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와서 글을 쓴다.
인간은 언어를 베이스로 모든 것을 사고하게 된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언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언어가 가리키는 것에 대해 인식할 수 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보면 언어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쉽사리 생각하기도, 그 개념 자체를 우리 머릿속에 가지기도, 심지어 막연하게나마 정의를 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언어는 강력하다. 인간은 언어가 없으면 사고할 수 없다.
정말 그럴까? 의문이 든다면 다음의 재미있는 예시를 한 번 살펴보자.
여러분은 아래 세 문장들이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1) 속이 쓰리다.
2) 체했다.
3) 배가 아프다.
아마 한국인이라면 혹은 한국어로 위의 표현들을 배운 외국인이라면 위의 세 문장들이 어떻게 다른 의미를 가지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이 세 표현들을 절대 혼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명백하게 그 의미와 쓰이는 상황이 다른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속이 쓰린 상태인데, 이걸 '체했다' 라고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영어에선 어떨까?
ChatGPT 에게 각각의 표현을 영어로 알려달라고 주문해보았다.
1) 속이 쓰리다 ➡️ I have a stomachache.
음... 무난한 듯 하지만 위산이 나와서 속이 따끔따금 쓰린 그 느낌을 잘 담아내지는 못한다.
2) 체했다 ➡️ I'm tired. (🤔???)
'체하다' 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아예 오역이 나와버려서, 조금 더 상세한 조건을 넣은 표현으로 바꾸어 '급하게 먹어서 체했다' 를 영어로 바꿔달라고 다시 요청해보았다.
그러나 역시나 만족스러운 표현이 나오지 않았고, 문장이 너무 길다.
심지어 여전히 우리가 아는 그 '체했다' 의 의미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 '소화불량' 의 의미가 더 와닿는다.
3) 배가 아프다 ➡️ I have a stomachache.
'배가 아프다' 에 이 표현이 가장 잘 맞는 느낌인 것 같다.
흥미롭지 않은가?
영어에는 '체하다', '속이 쓰리다', '배가 아프다' 를 구분할 수 있는 언어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모두 'I have a stomachache' 로 통일하여 사용한다. 그래서 영어권 사람들은 이 세 표현이 나타내는 상태들을 다르게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간단한 예시를 한 가지 더 살펴보자.
노랗다 VS 누렇다
이 두 단어를 보고 우리는 분명히 두 종류의 다른 색상을 떠올릴 것이다.
좀더 원색의 밝은 느낌에 가까운 것이 '노랗다' 라면, '누렇다' 는 무언가 좀 더 탁하거나 잿빛의 어두운 느낌을 나타낸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누렇다' 는 심지어 아픈 병자의 낯빛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어사전에 '누렇다' 를 검색해보면 그냥 'yellow' 라고 나온다.
오히려 영어권 사람들은 우리가 말하는 누런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 'brown' 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하곤 하는데, 우리가 느끼기엔 명백히 다른 색감으로 여겨질 것이다.
즉, 우리는 언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식할 수 있으며,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의 뇌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얼마나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면 인식하는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언어권이 달라지면 문화나 가치관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또한 굉장히 자연스러운 이치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bilingual 이기 때문에 영어와 한국어 두 언어가 나타낼 수 있는 세계를 머릿속에 양분하여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점 덕분에 내가 어떤 텍스트*를 해석함에 있어서 좀 더 폭넓은 이해와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석이 가능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텍스트: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고정된 글뿐만 아니라 인간 문화 활동 전반에서 나타나는 의도, 표현, 상징, 사회, 문화, 윤리, 문학, 역사, 체험 등도 모두 텍스트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맥락에서든지 깊게 생각하고 폭넓게 사고하는 힘을 기르고 싶다면 제2 외국어를 깊이 있게 배워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분명히 여러분의 머릿속 세계와 인지 체계가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